과로사가 실종된지 약 8일이 지난 날이였다.
기계처럼 눈을 뜨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을 때 그는 자신의 정신이 흐릿한지 날씨가 흐릿한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버스 시간을 확인 한 뒤에 아파트 공터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그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것은 당장의 출근도, 밀린 공부도, 하다못해 매일 하던 금전에 대한 걱정도 아니었다.
문득 일주일 간 잊고 지낸 과로사라는 단 세 글자 뿐 이였다.
그 남자가 갑작스레 사라지거나 연일 휴가를 내는 것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익숙해져 있어 무언가 특별한 기대를 한 적은 없으나 그 날만은 왜 인지 모르게 달랐다.
과로사라는 단 세글자에 그는 이유를 모를 고양감이 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반복되는 지루한 업무와 갑작스레 잡힌 술자리에도 그에겐 왜인지 모를 기대감이 그의 마음속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과로사가 돌아온다는 것을 믿어서가 아니였다.
그저 누워서 방송을 보다 채팅마저 귀찮아지고 보는 것조차 귀찮아져 눈이 감길 때의 그 편안함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마침내 그가 일과를 마치고 누웠을 때에는 방송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그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물론 과로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그날 돌아온다는 그저 그의 망상일 뿐이였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그 상상만으로도 그는 황홀감에 젖었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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