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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노트북을 샀던 이야기

전뇌조
2023-07-03 01:15:14 48 2 0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대충 11 - 12년 전 일입니다. 당시 쓰던 컴이 사양이 딸려서 새 컴을 사려고 돈을 모았죠. 견적도 다 짜놨습니다.  이제 사기만 하면 되는데....! 


당시 두살인가 세살이던 냥이가 외출했다가 상처입고 돌아온 걸 몇일간 발견하지 못했다가 곪아터지는 바람에.... 수술비와 입원비로 모아뒀던 자금을 써버렸죠. 그리고 다시 심기일전하고 돈을 모으던 와중에....


굉장히 뜬금없지만 말도 안되는 고사양의 노트북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심지어 당시 짜놨던 견적보다도 사양이 더 좋았어요. 증소기업 제품이라 어이없는 스펙으로 커스텀한 모델이었습니다. 데스크탑용 CPU를 박아놓고 그래픽 카드도 두 개, 심지어 모니터 연결포트도 세 개. SSD도 최대 네개까지 박을 수 있는 무식한 놈이었죠.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검색하다 보니까... 어? 누가 이걸 중고로 팔고 있네? 근데 사양이 사양이다보니 가격도 너무 높아서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 상황. 판매자는 가격을 내려서 다시 내놓지만 안 팔림, 또 내렸지만 여전히 안팔림. 그리고 이 시점에서, 어? 이 정도 가격대면 사볼만 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주에서 3주를 기다렸더니 판매자가 한번 더 가격을 내립니다. 출고가에서 2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상태. 좀 더 기다려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만하면 적당하다 싶어서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당시 판매자는 서울에 있었고 저는 용인에 있었습니다. 전화해서 구매의사를 비치자 마자 가장 핵심인 금액에 대한 합의를 하고 판매자가 이렇게 말했죠. 


 " 어디에 계세요? " 


뭔 소리야. 

어디쯤이라고 말하자마자 판매자가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한시간만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어? 아니 나야 좋긴한데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시간도 안 되어 판매자가 직접 차 몰고 노트북을 배달해 줬어요..... 


정말이지 아무도 살 엄두를 못 냈다고 합니다. 그나마 사겠다고 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가격을 얼마나 후려치는지 어이가 없었다고 해요. 가격을 몇 번 내린거야 나도 아는 내용이고. 가격 네고 없이 사겠다고 하자마자 아, 이 사람한테 안 팔면 이거 끝까지 못 판다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맘 바뀔까봐 바로 직배송......


그렇게 산 노트북은 그야말로 무식한 깡스펙으로 모든 게임을 최고사양으로 돌리는 위엄을 보여줬습니다. 근데 스펙만큼이나 거대한 덩치, 발열, 소음도 엄청났죠. 본체 무게만 5.5KG였는데 어댑터도 하나당 1키로 이상. 심지어 어댑터를 두 개 연결해서 쓰도록 설계된 아주 크레이지한 노트북이었습니다.  


녀석이 마지막으로 돌리던 건 보더랜드 3..... 시참 중에 펑 하고 꺼져버린 이후 다시 켜지지 않았죠. 지금와서는 서브컴으로 쓰기에도 좀 아쉬운 스펙이랑 소음 때문에 설령 살아있었다고 해도 은퇴시켰겠지만 그래도 10년 이상 제 값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10년전 사건 이후 냥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촉진으로 상처 없나 검진하는 과정이 추가됨. 


노트북 발열 때문에 어댑터 전용 쿨러 1개, 노트북 상판 쿨러 1개, 노트북 후면에서 나오는 열풍을 밀어내는 쿨러 1개 해서 1PC 3쿨러 시스템을 몇년간 돌렸습니다.  겨울에 노트북 쓰면 방 온도가 1도는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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