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땃쥐 0

원래 과달카날 해전을 할 예정이었는데요. 그냥 집어치웁시다. 앞으로 전투는 그냥 일본군이 쭉 집니다. 그냥 쭈우우우우욱 집니다.

그럼 주제가 뭐냐고요? 일본군의 기행에 대해 알아봅시다. 일본군의 기행 1편,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1. 일본군의 기행 하면 정말 많지만, 일단 반자이 돌격부터 시작해 보죠.

2. 반자이 돌격은 말 그대로 일본군이 '덴노헤이카 반자이!!!!' 라고 외치며 달려드는 걸 따서 반자이 돌격이라고 부릅니다.

3. 돌격이란 게 원래는 효과적인 전술이어야 합니다. 적과의 화력 차이를 상쇄하고 근접전을 펼칠 수 있는 전술이죠. 연합군 진영도 활용한 바 있습니다.

4. 하지만 반자이 돌격의 문제는 적만 보이면 돌격부터 박고 봤다는 겁니다. 기갑부대? 항공지원? 엄폐물? 그런 거 신경도 안 씁니다. 무조건 닥돌입니다.

5. 놀랍게도 이건 초반에 몇 번은 통했습니다. 무서울 만도 하죠. 갑자기 수백수천명이 칼뽑고 '반자이!!!!!!' 하면서 달려드는데 안 쫄면 그게 사람입니까?

6. 근데 쪼는 것도 한두 번이죠. 슬슬 무덤덤해지기 시작합니다.

7. 그냥 무덤덤해지면 모를까, 미군 입장에선 '얘네 살려보내면 또 뭔 짓을 할 지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게 됩니다.

8. 중요한 건, 정작 근접전을 벌여도 일본군이 진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먹은 거라고는 어제 먹은 잡곡 한 그릇이 다인 일본 병사와 맛은 없어도 삼시세끼 든-든하게 챙겨 먹고 간식까지 먹으며 체격도 훨씬 큰 미국 병사에게 상대가 될 리 없었죠.

9. 거기다 당시 미군 병사들은 대공황을 겪은 세대로, 기본적인 주먹질 정도는 다들 하는 싸움꾼들이었습니다. 거기다 미군에서는 체계적으로 근접 전투술을 가르쳤죠. 근접전 전용 무기(기관단총, 권총, 산탄총 등)도 빵빵하게 보급돼 있었고요.

10. 이 근접전 역량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전투가 이오지마 전투입니다. 미군의 이지 중대가 전면 돌격하여 방어선을 구축하던 일본군을 개박살냈던 전투죠.

11. 아니 사실 근접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저 멀리서 '반자이!!!'라고 외치는 쪽으로 기관총 좀 긁어 주면 전멸했습니다.

12.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사무라이 집안 출신 장교가 자기 집안의 가보를 들고 와서 반자이 돌격을 하다가 미군 병사가 그 검을 노획했는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 횡재했다는 걸 깨닫고 박물관에 비싸게 팔아치웠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13.

반자이 돌격을 흉내내며 해맑은 얼굴로 뛰어노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입니다.

14.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했냐고요? 글쎄요. 일본군한테는 정신력이면 다 된다는 마인드가 있었거든요.

15. 이와 비슷한 전술로 소련 연방의 '우라 돌격'이 있는데요. 사실 비슷하다고 하기도 민망한 전술입니다.

16. 우라 돌격은 최소한 화력 지원은 항상 동반됐습니다. 병사들의 인구수와 화력을 한 점에 모아 화력 차이를 상쇄하고 전선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 전술이었죠. 일본군처럼 무지성으로 돌격부터 박고 보지도 않았고요.

17. 앞에서 정신력으로 다 해결하려는 마인드가 있다고 했는데요.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군의 장비 스펙과 전투 능력을 조작한 것이 되겠습니다.

18. 물론 미군도 적국인 일본군과 독일군의 장비 스펙을 약간 조작하긴 했습니다마는, 이들의 요지는 '이처럼 우리 장비가 좀 더 좋으니까 침착하게 분대장의 지시를 따르고 배운 대로 움직이면 이길 수 있다!' 였지 '독일군이랑 일본군은 다 오합지졸에 쫄보들이라 우리가 포효 한번만 내지르면 쫄아서 다 도망갈거다!' 가 아니었습니다.

19. 중요한 건 일본군은 이걸 전쟁 끝날 때까지 합니다. 결국 죽어나가는 건 병사들이었죠.

20. 물론 일본군 장교 중에서도 이게 미친짓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일본군은 명령을 무시하기가 정말정말 어려운 구조였다는 게 문제죠.

21. 이게 비극이 아니면 무엇이 비극이겠습니까. 상대편인 미군 측도 전쟁 후에 이 때문에 PTSD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니, 역시 전쟁에 승리자는 없는 건가 싶습니다.

22. 꽤 충격적인 사실이긴 하지만 반자이 돌격이 먹혔던 상대가 있는데요. 바로 중국군입니다. 사실 일본군이 중국군이랑 싸울 때면 한창 동아시아에서 깡패짓하고 있을 때라 전날 저녁에 돈가스에 우동 든-든하게 챙겨먹은 일본군을 상대로 전날에 먹은 거라고는 나무껍질뿐인 중국군이 상대가 될 리가 없죠. 미군처럼 교리나 훈련이 체계적인 것도 아니었고요.

다음 편은 일본군의 정신나간 대전차 전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