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와 모루, 영어로는 The Hammer And the Anvil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도 모를 유서 깊은 전술입니다. 오른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왜 이름이 하필이면 망치와 모루냐 하면, 아무리 강한 쇠라도 모루에 놓고 망치로 두들기면 꺾이듯이, 적을 아군 사이에 포개서 깨부수는 전술이라 그렇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봅시다.
1. 여기서 검은 점이 모루, 푸른색 점이 망치, 그리고 빨간색 박스가 적입니다.
2. 빠르게 적의 후방을 잡아야 하는 망치는 주로 기동성이 높은 기병대가 맡았습니다. 모루가 버틸 동안 빠르게 포위망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에 높은 기동력은 필수적이었죠.
3. 반면, 망치가 쇠를 때려 줄 때까지 버텨야 하는 모루는 보통 중기갑병이 맡았습니다.
4. 그림에서는 기병대가 양옆으로 돌아서 공격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한쪽 측면에 몰아서 배치하는 전술도 있습니다.
5. 이 전술이 효과적인 이유는 바로 포위의 이점에 있습니다. 포위된 쪽은 포위하는 쪽보다 표면적이 훨씬 작기 때문에 한 명의 병사가 여러 명의 병사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6. 물론 이것보다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들어온다'와 '도망칠 곳이 없다'는 공포로 인해서 오는 패닉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7. 이렇게 대부분의 상황에서 쓸 수 있고, 굉장히 효과적인 전술이지만 역시 이것도 무적은 아닙니다.
7-1. 모루가 튼튼하지 않다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됩니다. 망치가 떨어지기도 전에 모루가 빠개지면 그냥 답이 없어집니다. 포위망을 전개하기 위해 이미 병력을 나눠 버렸기 때문에 모루가 깨지면 각개격파당하기 십상입니다.
7-2. 물론 포위망을 형성해도 모루가 못 견디고 깨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혈로'를 뚫었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포위망을 구성한 측이 되려 당하지는 않지만 상대로 하여금 재정비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역시 좋지 않습니다.
8. 현대전에서는 이 전술이 직접적으로 활용되지는 않습니다. 전선의 크기가 과도하게 넓어졌기 때문이죠. 2차대전 때도 독일군이 시도한 적 있었습니다만 200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망치가 감당하지 못하고 퍼져버리는 바람에 대참사가 났습니다.
9. 물론 개념 자체는 아직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전에서의 포위섬멸전이 망치와 모루 전술의 개념을 차용한 전략이죠.
10.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시위대와 경찰 진압대와의 대치에서 이런 전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썩 긍정적인 모습은 아닙니다만, 화기의 소지와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사회 특성상 고대전의 양상이 나타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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